베르나르 베르베르 <상상력 사전>을 읽고
이 책을 언제 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늘 침대 머리맡에 두고 심심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집어 들고 다시 읽는다. 읽는 방법은 백과사전만큼 두꺼운 책을 기분에 따라 펼친다. 마치 오늘의 운세를 보는 것처럼.
이런 책이 또 있을까? 목차가 없다. 일관성도 없다. 소설도 아니고 수필도 아니고 자기계발 분야도 아니며 경제경영서도 아니며 환탄지도 아니다. 책 제목 그대로 '상상력 사전'이다. 막연히 알고 싶었던 것, 궁금했던 것, 호기심이 있었던 것, 알아야만 했던 것... 그는 살면서 이 모든 것을 결국 알아내 기록하고 책으로 만든 것이다.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프랑스에서 1961년에 태어나 일곱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후로 아이로써 궁금했던 것, 자라면서 궁금했던 것, 어른이 되어서 궁금했던 것들이 이 안에 다 적혀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딱히 누가 읽어야 하는 대상이 정해져 있지 않다. 아이가 읽어도 청소년이 읽어도 어른이 읽어도 그냥 빠져들게 된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우리의 생각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서 안에서만 한정되어질 필요가 전혀 없다. 어쩌면 반대로 교과서를 벗어난 수많은 지식과 정보에 더 굶주려 있지 않은가? 수업시간에 한 딴생각, 그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상상의 세계로 넘다들던 때도 있지 않은가? 그는 이런 것들을 기록한 것일까? 흠뻑 빠져든다.
<상상력 사전>에는 383편의 이야기가 사전처럼 지식도 얻을 수 있지만 그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글들도 많다. 예를 들어 001의 글 '시도'. 383편의 첫 번째 이야기이다.
001 시도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
내가 말하고 있다고 믿는 것,
내가 말하는 것,
그대가 듣고 싶어 하는 것,
그대가 듣고 있다고 믿는 것,
그대가 듣는 것,
그대가 이해하고 싶어 하는 것,
그대가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 것,
그대가 이해하는 것,
내 생각과 그대의 이해 사이에 이렇게 열 가지 가능성이 있기에
우리의 의사 소통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 해도 우리는 시도를 해야 한다.
001 '시도'만 읽어도 이 책 전체가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오지 않는가? '시도'이다. 이 말이 나에겐 격려처럼, 도전처럼 다가온다. 그의 7살 때부터의 시도가 느껴지기도 한다. 평생 글쓰기를 시도하고 도전한 그의 책에서 베스트셀러여서 좋은 책이 아니라 오랜 시간 갈고닦아 빛나고 깊은 영감들을 느끼고 배울 수 있어 좋다.
어쩌면 우리들 모두에게 '왜 매일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한가?'에 대한 해답이 되어 주는 책이기도 하다. 우리들도 매일 스스로 궁금한 것들을 정리해 간다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같은 '나만의 상상력 사전'이 되지 않을까?
우리에겐 우리만의 상상력이 있으니까.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barcode=9788932910864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 교보문고
상상력을 촉발하고 사고를 전복시키는 기묘한 지식 383편상상력을 촉발하고 사고를 전복시키는 기묘한 지식, 잠언, 일화, 단상 383편을 담은『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이 열린책들에
www.kyobobook.co.kr
'좋은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리뷰 <부드러운 양상추> 에쿠니 가오리 (0) | 2022.07.20 |
---|---|
책 리뷰 <시크릿> (0) | 2022.07.15 |
책 리뷰 <초역 니체의 말> 프리드리히 니체, 시라토리 하루히코 (0) | 2022.07.07 |
책 리뷰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읽고 (0) | 2022.06.29 |
서평: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 <보통의 책읽기> 가쿠다 미쓰요 (0) | 2022.06.25 |
댓글